남편의 설득으로 혼인신고를 미룬 채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중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한 여성이 사실혼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연이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28일 YTN 라디오 '양소영의 법률 상담소'에 사연을 보낸 여성 A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 결혼하게 된 남편은 '사람일 모르니 혼인신고는 좀 더 살아보고 하자'고 했다"면서 본인도 그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남편은 시골에서 돼지를 키웠고, 저도 함께 키우는 등 힘든 육체노동을 하며 지냈다"며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혼인신고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뇌출혈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간호했고, 장례식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마지막까지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1년 전, A씨는 남편의 주머니에서 모텔 영수증을 발견했고 추궁한 끝에 남편이 동네 지인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지인은 A씨 부부와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고 하네요.
A씨는 "이후 불화로 인해 매일 부부싸움을 했다"며 "남편은 그때마다 폭력을 쓰고 헤어지자며 친정으로 가라고 폭언까지 쏟아낸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는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조언을 구했는데요.
이에 최지현 변호사는 A씨가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사실혼은 당사자 합의에 의해서 사실상 부부로서 공동 생활이 존재하게 되면 사실혼이라고 인정을 하고 있다"면서 A씨가 남편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일하며 경제 활동을 한 점, 시어머니 장례 절차를 주도하고 상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A씨의 남편이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정조 의무를 저버렸으며,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 해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에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산 분할과 관련해 최 변호사는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 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 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에서도 중용될 수가 있다"며 "사실혼 유지 기간 중에 두 사람이 공동으로 형성하고 유지하고 증식해 온 재산에 대해 분할 청구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양소영 변호사가 "사실혼 관계에서 재산 분할 시점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자 최 변호사는 "재산 분할을 할 때 사실혼 관계가 끝난 시점, 해소된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법률혼은 소송 후 이혼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사실심 변론 종결 시를 재산 분할 대상과 가액 산정 시점으로 보지만, 사실혼은 사실혼 관계가 끝났을 때 사실혼 해소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 분할 대상과 가액을 산정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즉, 사실혼과 법률혼의 큰 차이점은 사실혼은 귀책 사유가 있든 없든 간에 누군가가 해소하자고 하면 해소가 되고 그 시점이 재산 분할 대상과 재산 분할의 기준 시점이라고 합니다.
다만 최 변호사는 "사실혼 재산 분할도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 분할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관계가 해소된 지 2년이 지나기 전까지만 청구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또한 "사실혼에도 부부간의 정조 의무가 있기 때문에 A씨는 부정행위 상대방을 상대로 상간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볼 수 있다"며 "제척 기간이라는 게 있는데 부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진행을 해야된다"고 최 변호사는 조언했습니다.